못갚은 모기지 상환 부담 덜고
이혼·사별 후 ‘동거친구’ 찾기도
베이비부모 노령화로 점점 늘어 [LA중앙일보] 발행 2016/12/03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6/12/02
노년층에서 주택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퇴한 주택소유주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을 줄이거나 추가 수입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쓰지 않는 방을 장·단기로 세 놓고 있다. 또 일부는 금전적 이유보다는 안전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 생활할 동거인을 찾고 있다.
줄리 이(68·한인타운)씨는 “아직 모기지 페이먼트가 2년 남았는데 지난 3월부터 딸의 도움을 받아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수입이 괜찮아 딸이 계속 도와준다면 2년 뒤에도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은퇴 후에도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야하는 은퇴자가 적지 않다. 최근 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전국 보건 및 은퇴 연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모기지 융자가 남아있는 비율은 1998년 16%에서 2012년 24%로 늘었다. 갚아야 할 월 모기지 페이먼트 액수도 높아졌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1~ 2011년 사이 10년 동안 노년층 보유 모기지 채무액은 82%나 급등한 약 7만9000달러로 나타났다.
이 같은 채무부담은 삶의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조립식 주택이나 양로시설로 주거지를 옮기거나 에어비앤비 등으로 모기지 부담을 줄이고 있다. 혼자 사는 시니어(이혼·사별·독신)들은 안전을 확보하고 고독감을 떨치기 위해 하우스 메이트를 찾기도 한다.
에스더 박(74·한인타운)씨는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우울증에 시달렸다. 말벗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위의 권유로 교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비슷한 나이의 여성을 빈 방에 들였다. 이씨는 “월 200달러만 받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어서 그런지 일상 생활에 활력을 되찾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인타운 인근 고급아파트에 홀로 사는 김영숙(84)씨는 “혼자 산 지 5년이 되는데 너무 외롭다. 그냥 몸만 들어와서 살 동무가 필요하다. 이런 일을 중개해주는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는 2009년부터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서비스 ‘렛츠 셰어 하우징(Let’s Share Housing)’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3년까지 이 사이트 이용자의 80%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여성들이다. 동부지역 버몬트 주에서도 2개의 비영리 단체 ‘홈 셰어 버몬트(Home Share Vermont)’와 ‘홈 셰어 나우(Home Share Now)’가 운영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물론 하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에릭 정(60·글렌데일)씨는 “딸이 출가하고 난 뒤 딸 방에 하숙을 치고 있다”면서 “식사는 안 주고 방만 빌려주는 방식이어서 편하고 수입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