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싼 곳엔 ‘일 없고’, 일 있으면 ‘집 없다’

LA 등 서부 주거비 높아 허덕여…’아마존 효과’뉴욕은 이중고
‘러스트벨트’ 중부, 빈집 넘치지만 세금 감면에도 일자리 없어

미국에서 주거비는 가계에 큰 부담으로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는데, 집값에도 확연한 지역 격차가 있다.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 등 서부 해안 부유한 도시들과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DC 등 북동부 도심지는 높은 집값과 주거비에 허덕이는 반면, 쇠락한 공업지대인 5대호 연안 중동부 ‘러스트 벨트’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집값 정체 혹은 하락’이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미국이라도 경제상황에 따라 전혀 상반된 ‘주택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가격 폭등에 따른 주택난은 대기업이 몰려 고용사정이 좋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이 제2사옥 예정지로 발표한 뒤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알링턴 크리스털시티 주변이 대표적이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집값 상승세가 일시에 ‘아마존 효과’를 누리면서 더욱 치솟았다. 아마존의 기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 역시 미국 내에서 손에 꼽는 주거비가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주거비가 높으면 대부분의 실거주민은 고통을 받는다.

하버드대 주택연구합동센터가 올해 6월 발간한 ‘미국 주거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동네’인 캘리포니아주 LA·샌디에고와 뉴욕 등은 수입 대비 주거비 부담이 심한 곳으로 꼽혔다. 이 지역 거주자들의 경우 연봉이 다른 지역보다 높지만 집값과 임대료가 그만큼 더 비싸기 때문에 삶의 질에서는 큰 격차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러스트 벨트’에서는 인구 감소로 집이 늘 남아돈다. 그나마 인구가 집중된 시카고를 제외하면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주 일부까지 집이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규 주택 건설도 줄었고, 재건축을 할 유인도 없다.

WP가 인용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낮은 도시들의 시도가 새로이 가정을 꾸리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와 생활비를 아끼려는 고령층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LA나 뉴욕 등지의 고비용 주거에 질려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위 ‘2등급 도시’로 불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나 테네시주 내슈빌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클리블랜드나 피츠버그 등 몇몇 중동부 대도시도 세금 감면으로 인구감소 추세를 되돌린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