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트럼프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로 모기지 금리가 뛰면서 융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융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트럼프 당선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재융자 문의가 급감하고 융자진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대출금리를 고정(lock-in)하지 않고 이자율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던 융자 신청자들이 융자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인해서 재융자 필요성이 없어졌거나 주택구입 후의 월페이먼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융자업계에 따르면 2주 전만 해도 3.5% 선이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15일 현재 3.875%, 일부 지역이나 업체 이자율은 4%가 넘어서고 있다. 불과 2주 사이에 0.5%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SNA 파이낸셜의 매튜 남 대표는 “10월까지는 재융자 문의가 쏠쏠했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0.375~0.5%포인트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시장 냉랭해지고 있다”며 “진행하던 융자를 멈추고 잠시 모기지 이자율 추이를 지켜보자는 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데이비드 심 론 오피서 역시 “모기지 금리가 급격하게 재융자 문의가 주춤한 상황이며 주택구입융자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다 해도 상당하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한 것은 장기 모기지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트럼프 당선 직후 줄곧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대선 전날 1.8%대에서 안정됐던 국채금리(10년물)는 지난 10일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넘은 후 15일에는 2.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당선자의 금융과 부동산 업계 규제 철폐,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부자 감세 등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 주식시장으로 옮기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모기지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관련 CNBC는 “모기지 금리가 심리적 한계점까지 치솟으며 주택시장이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며 “모기지 금리 상승세는 이제 겨우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금리 고공행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투자부적격 회사채 금리는 아직 과거 수준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제이슨 에번스 나인알파캐피털 대표는 “채권시장에서 가격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경제 전반과 주택시장에 각각 어떤 정책을 펼지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융자업계 관계자는 “모기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몇몇 소비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자율 상승세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변동금리보다는 차라리 융자 기간을 줄여서 이자율을 낮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