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용(인플레이션)’ 잡으러
‘볼커의 칼(고강도 긴축)’을 벼르고 있다. 다시 한번 폴 볼커 전 의장을 소환하며
5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다. 고강도 긴축을 예감한 시장은 요동쳤다.
각국 증시는 흔들렸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 턱밑까지 치솟았다.
파월은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0.5%포인트(금리 인상)가 5월 회의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Fed가 빅스텝에 나선 것은 2000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만약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 22년 만에 빅스텝이다.
빅스텝 가능성은 Fed가 지난 6일 공개한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예고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한 번 혹은
그 이상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파월이 확인 도장을 찍은 셈이다.
파월이 금리 인상의 속도와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그가
또다시 ‘볼커’를 소환한 것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볼커 그룹과
펜 인스티튜트 주관 행사에서 “볼커는 두 가지 전쟁을 치렀다. ‘인플레이션 드래곤’을
죽여야 했고, 인플레는 불변이란 대중의 믿음을 무너뜨려야 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Fed를 이끌었던 폴 볼커는 전설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다.
볼커는 취임 당시 연 11%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20%까지 끌어올렸다. 물가를 잡기 위해
들끓는 원성과 치솟는 실업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고강도 긴축을 통해
물가를 잡았다. 파월 역시 강력한 긴축 의지로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조기 진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월은 이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은 “물가가 3월에 최고점이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3월 물가 피크아웃 예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또 “더 이상 공급망 개선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Fed가 통화정책 도구를
통해 수요 억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강력한 긴축을 예고하는 메시지다.
파월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건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 압력이다. 그가 언급했던 3월이
인플레이션 정점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일단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인 3월 공급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11.2% 폭등했다.
경기 지표는 나쁘지 않다. 3월 미국 실업률은 3.6%로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동력 부족은 임금 상승을 야기하며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 심리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4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예비치가 65.7을 기록해 전달(59.4)보다 개선됐다.
미국 기업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모두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요인이다.
한층 높아진 긴축 강도에 시장은 다시 한번 발작을 앓았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 중 0.1% 이상 오르며 연 2.95%를 터치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가 눈앞이다. 다우(-1.1%), S&P500(-1.5%), 나스닥(-2.1%) 3대 지수가
모두 내리막을 탔다.
22일 한국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86% 하락한 2704.71에 마감했다.
장중 2700선이 깨졌으나 가까스로 2700선을 사수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0.74% 내린 922.7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0.1원 내린 달러당 12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연주(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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