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물가 상승세가 마침내 식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좀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하며 세계 경제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예컨대 국제 유가는 6월 초 이후 20%가량 하락했다.
금속, 목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최근 고점에서 내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보다 8.6%나 내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하반기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수요 둔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지출의 상품 쏠림 현상이 누그러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여행이나 외식, 영화 관람 등 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품으로 지출이 몰려 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고 대면 서비스 수요가
살아나면서 그만큼 상품 물가 상승 압력이 덜해졌다.
고물가로 가계 예산이 압박을 받는 점도 수요 둔화에 일조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수요 둔화의 확실한 신호로 주요국들의 수입 증가세가
최근 누그러졌고, 아시아 각국의 수출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었다.
세계적인 물류 정체가 개선된 것도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세계 공급망 압력지수는 7월에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단, 물가 상황은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영국은 전례가 없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는 국유화, 전력 배급 등 한때 불가능했던
방안들이 위기 해결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 물가 하락 등에 힘입어 선진국 중
물가 상승률이 가장 빨리 하락할 것으로 JP모건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정책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단 한 번의 월간 (물가 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며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5%까지
인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1.75%,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4%로 각각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서비스 부문을
지목했다. 코로나19 완화로 숙박, 여행 등의 소비가 살아나
서비스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엔 집값 상승세의 여파로 주택 임대료가 여전히 오르고 있어
내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됐다.
임금 상승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에서 노동력 수급이 여전히 빠듯해
기업들이 급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 기업이 적당한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노동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노무라 증권의 로버트 덴트 미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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