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7%에 달하는 높은 모기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부족해 나오는 족족
팔려나가는 상황이다. 27일 S&P 다우존스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이를 측정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4월에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세 달 연속 올랐는데 상승폭도 2월 0.2%, 3월 0.4%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크레이그 라자라 S&P 다우존스 상무는 “미국 주택시장의 힘이
4월 들어서도 계속 강해졌다”며 “작년 6월 정점을 찍은 집값이 올해 1월까지 하락하다가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회복세는 광범위하다”라고 설명했다.
놀라운 점은 고금리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지난해 3월부터 무섭게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지난해 부동산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준의 긴축 흐름이 올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로 방향을 전환했다. 실제 최근 30년 모기지 금리는 6%
후반대로 지난해 최고점인 7% 내외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주택 가격은 오르고 있다.
구매자들이 높은 금리를 각오하고 집을 사는 상황인 것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서두르는 것은 매물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당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주택시장 착공이 미뤄진 여파가 신규 주택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리스팅 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봄 이사 철인 지난 4월 시장에 나온 신규 주택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현재 주택 소유자들의 상당수가 팬데믹
이전 기준 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기간에 모기지를 받아 집을 샀기 때문에 급하게 주택을
처분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주택 부족에 고통받는 것은 젊은 세대들이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30대 직장인 지아니
마르티네즈 씨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현금 여력이 충분해 대출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매물을 다 가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이 과열로 해석되는 지표도 나타나고 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서 4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0.2% 하락해 지난
2012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반전을 맞을 조짐도 보인다.
부동산 활황에 신규 주택 착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4월에 134만건이었던
미국 주택 착공 건수는 지난달 163만건으로 급증했다. 착공건수가 늘면 향후 신규 매물
증가로 이어져 주택 시장에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주택 시장의 변화 상황을 지역별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서 마이애미(5.2%), 시카고(4.1%),
애틀랜타(3.5%)가 1년 전보다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반면 시애틀(-12.5%)과 샌프란시스코(-11.1%)
등 서부 대도시들의 급락세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한인들이 많이 사는 남가주 주택 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627/1471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