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하면서 해안 부촌은 물론 가주 내륙 도시까지 생활비 부담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비싼 주거비가 문제의 핵심인데 좀처럼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물론 당국자들의 고민도 커지는 상황이다. 13일 경제연구단체인
지역사회경제연구협의회(Council for Community and Economic Research·CCER)에 따르면
가주 지역의 생활비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CCER이 조사한 미국 전국 주요 274개
도시 중 가장 비싼 상위 10곳 중 4곳이 가주 도시인 걸로 나타난 것이다. 해당 도시는 샌호제,
샌프란시스코, LA-롱비치, 오렌지카운티로 꼽혔다. 이중에서도 샌호제의 생활비는 전국 평균
대비 174.9%로 나타났다. 샌호제에서 다른 지역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연봉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더 벌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169.6%)와
LA-롱비치(148.8%), OC(147.0%)도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도표 참조>
문제는 이와 같은 가주의 비싼 생활비가 내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CCER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해안에서 벗어난 스톡턴(117.6%), 모데스토(113.0%),
베이커스필드(111.5%)도 전국 평균 생활비를 상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LA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해당 지역으로 이사가면 고물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보통
생각하는데 현실은 다른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렌트카페(RentCafe)에 따르면 가주에서
살기 위해서는 전국 평균보다 42%를 더 벌어야 같은 수준으로 살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고물가
문제가 가주 내 중소 도시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주 내륙 지역의 생활비가 올라간 데에는 비싼 주거비 문제가 가장 크다. 상반기 기준 LA의 주택
중간 가격이 97만5,333달러로 5년 전보다 30% 이상 상승한 것처럼 전역의 집값이 모두 올랐다.
주택정보 전문업체 리얼터에 따르면 8월 기준 주택 중간 가격이 모데스토의 경우 45만9,000달러,
스톡턴은 44만5,000달러였는데 이는 도심 지역 가격보다 저렴하지만 역시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실제 주택가격 전문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모데스토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15년
이후 약 8년만에 두 배로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예 가주를 떠나 타주로 이주하는 주민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주민들은 높은
생활비 외에도 높은 세율과 각종 범죄, 낮은 학교의 질, 홈리스 인구 폭발,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가주를 떠나 텍사스나 네바다, 플로리다 등으로 떠나고 있다. 텍사스 등 일부 주가 주 소득세가
없는 점도 인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올라간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주 내륙 지역의 부동산
수요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재택 근무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비싼 도심 주거비에 넌더리가
난 고소득 직장인들이 내륙 도시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비 외에 식재료, 외식비 등
다양한 생활 물가도 역시 내륙 지역이 해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와 달리 가주 내륙 지역의 주택 건설이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가주공공정책연구소(Public Policy Institute of California)는 연초 조사에서 가주 유권자의 74%가
자신의 주택 구입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며 90%는 평생 가주에서 집을 사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913/148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