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새해 미국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더 올리느냐에 쏠려 있다.
금리가 증시와 부동산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자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면이어서다. 특히 미국 통화정책의 글로벌 파급력을
고려할 때 한국 등 다른 나라 투자자들도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을 좌우할 최우선 요인은 인플레이션의 경로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2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등에 따르면 월가의 10개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내년 3∼5월까지 연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최종금리 수준은 5.0∼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한 곳만 내년 2월 4.75% 수준에서 금리인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절반인 5개 IB가 5.25%의 최종금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3곳은 2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 후 3월 0.25%포인트
인상을 점쳤으나, 나머지 2곳은 연준이 2·3·5월 모두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추세적으로 하락해
정책금리가 더 높아지게 되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내년 중 금리인하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과반인 6개 IB는 연준이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내년 4분기 금리인하 전환을 예측했고, 3분기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 기관(노무라)도 있었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내년 중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전제로 한다.
자동차와 가전, 휘발유 등 상품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내년 말에는 3%대 중반 내지
4%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용 상승세가 이미 꺾였다는 통계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주거비용이 거의 1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 지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내년 인플레이션 둔화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변수는 적지 않다.
월가 예상대로 근원 PCE 가격지수가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연준 목표치(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인데다 높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도 있어서다.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과열 상태가 지속되면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5%대 중반까지 금리를 올리고 이를 2024년 전까지는 낮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1970년대의 실패를 근거로 “너무 이르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말라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런 견해에 힘을 보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끈질기게 내년 하반기 중 금리인하 예상을 거둬들이지 않는
것은 결국 높은 금리가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블룸버그통신이 47개 IB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년 이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은 60%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연준,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IHS마킷 등 주요 기관들의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IMF(1.0%)를 제외하면 -0.4∼0.5%로 거의 0%에 수렴한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연준이 2% 목표치가 아닌 3%대의 물가상승률에 만족하고
금리인하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그 정도는 완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또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불균형,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신흥국 경제 성장과 인구 고령화 등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의 저물가 시대와는 달라진 거시경제 환경이 연준의 피벗
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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