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금융시장에서 광범위하게 부풀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의 큰 폭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잇따르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더는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6일 지난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3년 만에 최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데 힘입어 어느 때보다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시장에는 이미 이러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주 2.4% 올라 한 달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연초 대비 상승폭을 17%로 늘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35% 치솟아 오름폭이 두 배나 된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
3.818%에서 마감, 일주일 전(4.047%)과 비교해 뚜렷한 진정세를 보였다. 한 주간 하락폭은 3월
이후 최대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이 나란히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로 2분기 실적 시즌을 상쾌하게 출발한 것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대형 은행들의 호실적은 개인과 기업들이 여전히 계속해서 돈을 빌리고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WSJ은 최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간 경기침체 확률이 54%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직전 두 차례 조사(61%)보다는 훨씬 나아진 결과다. 전문가들이 보는
경기침체 확률이 7%포인트 낮아진 것은 2020년 8월 이후 최대폭이라고 WSJ은 밝혔다.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직전 조사 때는 0.2%로 집계됐으나, 이번에는
1.5%로 크게 개선됐다. 직전 조사에서는 3분기(-0.3%) 역성장이 예상됐으나, 이번 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3분기도 0.6% 성장을 점쳤다. 다만 4분기에는 -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중간값이 오는 12월 5.4%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시작을 예상한 경제학자는 직전 36.8%에서
이번에는 10.6%로 급감했고, 79%는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7월로 금리인상을 종료하고 경제가 계속해서 조금씩 성장한다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많다고 WSJ은 전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7월 이후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고, 아직 탄탄해 보이는 미국의 경제 건전성이 급속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금융시장이 이미 향후 호재를 모두 선반영했다면 추가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오를 여지는 적다는 견해도 있다. 허틀캘허헌의 투자 책임자 브래드
콩거는 WSJ에 “우리는 모두 허리케인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도
“시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올릴 만한 게 뭐가 더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716/147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