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모씨는 몇 달 동안 아내와 함께 고민 끝에 자신의 집을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이들도 크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한인타운 내 자신의 집을 팔고 외곽지역에
있는 단독 주택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접은 것이다.
이씨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때문이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모기지 금리는 2.75%인데 이것을 팔고 새 주택을 구입하면 6%대의 모기지
금리를 감당하는 것이 이씨에게는 부담이 된 것이다. 이씨는 “모기지 금리가 2%대인
집을 팔고 6%대의 새 집을 사는 게 금리 부담도 부담이지만 쓸 데 없이 비용을 더 쓰는
것 같다”며 “솔직히 더 넓은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게 꿈이기는 하지만 당분간 집 파는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활발한 주택 매매 거래로 호황세를 보여야 할 봄 시즌에도 불구하고 남가주
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채 좀처럼 해빙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공포’로 주택 소유주들의 ‘팔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자 주택 수요도 동반 감소해 거래량과 가격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전형적인 침체 국면의 모습을 띠고 있다. 과거 3%대까지 모기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 속에 남가주에서 ‘마이 홈 드리머’의 집 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LA타임스는 남가주 지역의 주택 소유주들이 높은 모기지 금리에 가격마저 하락세로
돌아서자 매물을 내놓지 않게 되면서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반등할 수 있는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러 파업’(seller strike)이라 불릴 정도로 남가주 주택 시장의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높은 모기지 금리가 꼽히고 있다.
모기지 정보제공업체인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3% 이하의 모기지 금리로 구입한
주택 수는 1,340만채이고 3%에서 3.99%의 모기지 금리로 구입한 주택 수는 2,090만채로
집계됐다. 65%에 달하는 주택이 3%대 이하의 모기지 금리로 구입한 주택이다. 6% 이상
모기지 금리로 구입한 주택은 전체에서 6%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저금리 주택이 대다수란
의미다. 저금리 주택 소유주들이 더 높은 금리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판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남가주 주택 시장엔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1월에는 매물이 바닥을 쳤다가 3월이 되면 5%에서 최고 15%까지 매물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올해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현재 LA카운티를 비롯해 오렌지카운티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주택 매물이 연초에 비해 15%나 크게 줄었다. 매물 부족에 주택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서자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보여 지난 2월 LA카운티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2%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모기지 금리가 3~4%대로 떨어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데 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전망치에 따르면 올 2분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6.1%를 보이고 연말까지 5.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5%대 이하로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은 적어도 2024년 3분기에나 가능하다는 게 MBA의 전망이다.
<남상욱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413/146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