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 부부인 한인 박모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집을 봐왔으나 결국 당분간은
첫 내집 마련을 포기하기로 했다. 박씨는 “다운페이를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세가 더 높아 역부족”이라며 “가격도 올랐지만 50~60만달러대 작은
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는 매물도 없을 뿐더러 모기지 금리가 높아 페이먼트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박씨는 모기지 금리가 더 내려가고 가격 거품이 빠지면 다시 집
구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부동산 투자에 부정적인 심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80%의 미국인이 집을 사는데 대해 회의적인 상황인데 높은 금리와
비싼 집값이 여전한 상황에서 향후 주택 시장에 하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지난 4월 약 1,000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79% 응답자들이 ‘지금이 집을 사기
좋은 시기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로 답변했다. 해당 부정 답변 비중은 80%에 달하는
수준으로 갤럽이 지난 197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의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를 두고 갤럽은 “금융권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결국
더 많은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목할 점은
부정 답변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에서 주택 구매에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 비중은 지난 2021년에는 47%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부동산 조정이
시작됐던 지난해 70%로 늘어나더니 올해에는 여기서 약 10% 포인트 추가로 증가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집값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역시 금융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기지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10월
7%대를 돌파하며 2001년 이후 무려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힘입어 6% 중반까지 떨어졌지만 주택을 구매하기에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모기지 금리가 한 번 더 치솟을 우려도 존재한다.
주택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는 집값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재
미국의 대다수 지역에서는 부동산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상항이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21개 미국 대도시 지역 가운데 31%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했으며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가주를 포함한 서부 지역의 경우 단독주택 가격 중간값 하락폭이 10%를 넘나드는
등 유독 하락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집값이 떨어진 것은 3월 기준 주택 매매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경운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517/1465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