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모기지 금리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국 주택 시장이 한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
높은 주택 가격에 모기지 금리 급등까지 더해지자 주택 구매 수요자의
관망세가 두드러지면서 몸값을 낮춰 리스팅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는
주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수요에 비해 매물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이른바 ‘가격 버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몸값 낮추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9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레드핀’은
8월 4주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평균 판매 가격이 리스팅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리스팅 가격 대비 평균 판매 가격 비율이 99.8%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01.4%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비율이 100% 이상이면 거래된 주택의 평균 판매 가격이 리스팅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LA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 대비 평균 판매 가격 비율은 100.5%를 보여
전국 평균치보다 높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소폭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주택 매물을 놓고 15~20개 오퍼가 몰리면서
수요자 사이에서 비딩(bidding) 경쟁이 치열해져 리스팅 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던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의 몸값을 줄여 판매할 정도 주택 시장에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한 데는
모기지 금리의 급등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5.89%로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거의 3%포인트에 가까운 급등세다.
15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 역시 5.16%로 전년 같은 기간 2.19%에 비해
3%포인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15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5%대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모기지 금리의 급등세는 주택 구매에 나섰던 수요자들을 관망세로
돌아서게 만든 동인으로 작용했다. 구매 수요가 줄면서 리스팅 가격의
인하 조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주택 시장이 경색 국면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8월 1달 동안 매물로 나온 주택 중 매주 평균 7.5%가
리스팅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판매됐는데 이는 레드핀이 지수를 측정한 이래 최고치다.
경색 조짐이 있다고 해서 주택 가격의 급락으로까지 주택 시장의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경쟁의 강도가
약해졌을 뿐이지 여전히 수요자 사이에 구매 경쟁은 존재하고 있다.
지난 8월에 거래된 주택 중 37%는 비딩 경쟁으로 리스팅 가격 보다
더 비싸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0%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매물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택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이 40만3,800달러로
전년에 비해 10.8%나 상승했다.
데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것은 주택 매물을 놓고
비딩 경쟁이 있더라도 리스팅 가격 보다 싼 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바이어들의 인식 변화”라며
“이런 변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20911/143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