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대출을 신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경쟁 업체들의 전화와 문자 폭탄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신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파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스팸성 모기지 대출 마케팅은 개인의 모기지 신청 정보가 판매되면서 시작된다. 원칙적으로
합법이지만, 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사생활 침해이며 법망을 피하는 반소비자적 행위라는 비판이
많았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이 같은 스팸성 모기지 대출 마케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 ‘정치권·소비자 단체·업계’ 개인정보 보호 한목소리
연방 차원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겨냥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른
의원들, 소비자 단체, 일부 업계 이해관계자들까지 개인정보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이 실제로 원치 않는 모기지 권유 전화를
막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법으로 인한 정책 변화가 소비자에게
개인정보 통제권을 실제로 돌려줄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대출 신청 즉시 고객 정보 외부로
모기지 대출을 새로 받거나 재융자를 신청하면, 은행은 보통 익스페리언이나 에퀴팩스와 같은
신용평가사에 신용조회를 의뢰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청자의 대출 수요 정보가 외부로
흘러 나간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대출을 찾고 있는 소비자 정보를 모기지 업체나 개인정보
거래업자들에게 판매한다. 이른바 ‘모기지 트리거 리드’(Trigger Lead)라고 불리는 이 정보는
모기지 업계가 필요로 하는 마케팅 정보다. 수많은 업체가 바로 이 대출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인다. 업계는 이를 “소비자에게 더 낮은 이자율의 대출을 소개할
수 있는 유용한 사전 승인 정보 제공”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크레딧 카드 우편
사전 승인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소비자들은 “내 동의 없이 모기지 신청
정보가 팔린다”라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최근 몇 년처럼 대출 시장이 위축된 시기에는,
일부 영업사원이 은행 직원인 척 속이거나 실제로는 제공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려는 사례까지 속출한다.
■ 고객 정보 외부 판매 금지 법안
이 같은 논란에 연방 의회가 칼을 빼들었다. 올 여름 하원과 상원을 무난히 통과한 ‘주택구입자
개인정보보호법’(Homebuyers Privacy Protection Act)은 신용평가사가 모기지 신청 정보를
외부에 판매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의 이례적 합의로
탄생한 법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9월 의회 정상일정 재개 후 서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법안 성립 과정에는 이례적인 연합과 타협이 작용했다.
수년 전부터 민주당과 소비자 단체들은 트리거 리드 전면 금지를 요구했지만, 보수 성향 의원들과
은행·모기지 업계 단체들은 반대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업계도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며 ‘절충안’으로
이번 법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새 법이 모든 스팸성 모기지 권유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다른 은행에서 재융자를 검토할 경우, 해당 소비자 정보를 확보한 기존 거래 은행은 여전히
“우리와 계속 거래하라”고 권유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를 대변하는 ‘소비자데이터산업협회’(CDIA)는
“이번 법안은 악의적인 모기지 영업을 막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대형 모기지 업체들이 경쟁사를
따돌리는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주택구입자 개인정보보호법’이 실제로 법제화되면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신용 관련 권유 차단 신청. 신용평가사들이 공동 운영하는 ‘OptOutPrescreen.com’에서 대출
사전 승인 제안 전체를 거부할 수 있다. 또 ‘donotcall.gov’에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모기지를
포함한 원치 않는 마케팅 전화를 줄일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악덕 마케터들은
이런 제도적 차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직접 모기지 대출 상품 검색. ‘소비자연맹’(CFA) 샤론 코넬리슨 주택 국장은 “대출 신청자의
개인정보를 사들인 중개업자로부터 연락해온다고 해서 그대로 계약하지 말고, 스스로 모기지
대출기관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CFA는 또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주택 소유·대출 관련
워크숍 참여를 권장한다. 코넬리슨 국장은 이와 관련 “정부가 장기적으로 주택 구매 희망자를
위한 교육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보호 위한 정부 차원 제도 마련.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과연 효과적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소비자들이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전국 단위 법안’이라는 접근법이 제대로 시험된 적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정보 삭제 지원업체
‘브라이트라인스’의 샤우나 딜라보 CEO는 “이번 법안은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좁다”라며 “정부
당국이 그동안 노골적인 남용 사례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앞으로도 단속과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딜라보 CEO는 또 “지금 산업 전반에서 기업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 및 판매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라며 “모기지의 경우 수천 명에게
진정성 없는 대출 제안을 퍼붓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50907/1579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