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예상치를 웃돈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방준비제도
(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소비자 물가가 연초에 기대 이상으로
오르면서 최근 진행되던 인플레이션 완화를 지연시키고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물가의 움직임에도 연준이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예상치를 웃돌며 시장 실망시킨 1월 소비자 물가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아, 가급적 빠른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 참여자들을 실망시켰다.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해 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9%)를 웃돌았다. 전월에 비해서도 0.3% 상승해 역시 전문가
예상치(0.2%)보다 높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9%
올라 WSJ의 예상치 3.7%를 상회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0.4% 올라 시장 예상치인 0.3%보다
높았으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르기도 했다.
주거비가 0.6% 올라 지난해 초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의
발목을 잡았다. 블룸버그의 계산에 따르면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가격도 12월보다
0.8% 상승해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런 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이 곧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욱 작아졌고, 자칫 금리 인상 재개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연준 일부 인사들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물가 압력이 더
광범위하게 완화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에
시장은 바로 반응하면서 주요 주가지수들이 1% 이상 하락했다. 국채금리는 급등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315%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8.5%를 기록했다.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33.9%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이 CPI 발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을 5월에서 6월로 늦췄다고 전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세인 점도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별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 소득은 지난해 7월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면서 수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소폭 앞질렀다.
◇ 여전한 인플레 우려 속 인하 기대감도 여전
인플레이션 반등에도 연준이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기업들이 연초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만큼 매년
1월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수치가 강한 달이며, 일부 전문가는 정부 데이터가 계절적
변동 문제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보인다고 전했다. WSJ도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노동부 자료보다는 더 냉각되고 있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흐름이
1월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수치로 볼 때
의료와 항공료가 특히 강세를 보였는데, 이들은 두 기관에 의해 다르게 계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주거비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연준보다 훨씬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프린시펄 에셋매니지먼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시마 샤는 로이터에 이번 CPI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해 인플레이션이 재개되고 있다는 쪽으로 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비해 덜 중요한 부문에 의해 부분적으로 주도됐다”
며 향후 예측 지표들에 따르면 향후 몇 달 동안 완화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냉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과정이 험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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