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 것으로 나오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치인 5% 초반대보다 더 높이 올릴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14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노동시장이 강력한 만큼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분명히 있다”면서 “(현재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준 내 ‘3인자’로 꼽히는 그는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으로 5.0∼5.5% 사이가 올바른 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계속 진정될 경우 내년에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준 도표(점도표)에 따르면
19명 가운데 17명이 올해 금리가 5%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5.00∼5.25%(중간값 5.1%)로 제시했다. 연준은 이후 지난 1일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어 번(couple)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시장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의 2배에 가까운 51만7천개 늘어나면서 금리 추가 인상 전망이 힘을 얻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4%로 작년
12월(6.5%)보다 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고, 전월 대비로는 0.5%로 12월(0.1%)보다
오히려 상승 폭이 커졌다. 올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노동시장 때문에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전망 변화에 대응하거나 원하지 않는
(통화)완화적 환경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전 예상보다 더 오래 금리 인상을
지속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건 총재는 “향후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어도, 여전히 유연성을 갖고 경제전망이 변하거나 금융
여건상 필요한 경우 추가 긴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위험은 너무
느슨하게 긴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느리게 내려오고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상승) 관성과 지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물가가 경기침체보다 더 큰 위험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한 연설에서 금리가 5%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면서, 금리 고점 수준은 물가 지표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가운데,
시장 투자자들도 이러한 견해에 점차 동조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87.8%로 가장 높았지만 0.5%포인트 인상 확률(12.2%)도 10%를 넘겼다.
게다가 금리가 5월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73.5%, 6월 또 한차례
0.25%포인트 인상해 금리 상단이 5.5%를 찍을 가능성도 46.9%로 나왔다.
도이체방크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금리 수준을 5.6%로 보고 있고, 바클리스는
금리 고점을 5.25∼5.5%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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