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발행 확대·일 매각 전망에…미 금리 14년래 최고수준

미국의 대표적 장기국채인 10년물 금리가 급등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3일에는 4.18%까지 오르며 2008년 이후 최고였던 지난해 10월의 4.24%에 다가섰다.

이후 7일 장중에도 4.06%에 거래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WSJ는 “투자가들이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며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열한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장에서는 결국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침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이에 ‘보험’적 성격에서 만기가 긴 10년물 국채를 대거 사들였고

그만큼 금리는 낮아(국채 가격 상승)졌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며 다시 10년물 국채를 내다

파는 사례가 많아졌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경착륙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 만기가 10년이나 되는 국채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요 월가 투자은행(IB) 중

처음으로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폐기했고 4일 JP모건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일본의 시중금리가 오르는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달 28일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서 허용하는 장기금리의 상한을 종전의 0.5%에서 1.0%로 사실상 높인 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9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미국 장기국채의 ‘큰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내 시중금리가

오르자 일본 내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팔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미 재무부가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당초 960억 달러에서 103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아울러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AAA→AA+), 중국의 미 국채 투매 등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5월 121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팔아 보유 규모가 13년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 제재에 국채 투매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WSJ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채금리가 단기채보다 더 빨리 오르는

‘베어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8일 3.95%에서 이달 4일 4.04%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2년물은 4.88%에서 4.77%로

하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세계 시장금리의 ‘기준점’으로 금리 급등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6.9%에 이르는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흐름이 단번에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의 맷 스미스

투자이사는 “모든 침체는 갑자기 나타난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결국 침체로 연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미국 장기국채금리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808/1476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