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계 주요 증시가 10% 이상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서너 차례의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오히려 양적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레이 달리오는 20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제시한 대로 올해 네 번의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경제와 금융시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준은 계속 유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제시한 경로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달리오는 이어 미국 경제가 향후 6개월간 1.5% 수준의 저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따라서 모든 나라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중앙은행도 19일(현지시간) 종전의 긴축 정책 예고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미국 연준도 금리 인상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하다”며 “지금은 금리 인상의 적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카니 총재는 미국과 영국의 경제 상황에 차이가 있어 두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도 다른 게 당연하다며 “영국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30%로 10bp(1bp=0.01%) 인하하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 기간을 내년 3월까지로 6개월 늘렸으며, 매입 자산에 지방채도 포함했다.
일본 역시 추가 부양책 실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또한 중국도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우려했던 대로 6.9%에 머무름에 따라 추가 부양책 실시 가능성이 한결 더 높아졌다.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 연준의 긴축정책은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인사나마켓인텔리전시의 론 인사나 대표는 CNBC 기고를 통해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더 나아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낮추거나 향후 마이너스(-) 금리를 책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