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는 좀 좋아지려나?
한 해를 보내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다. 연말을 맞아 2015년 경제 전망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과 금융회사들의 내년 경제 전망을 개관하면 한마디로 회색빛이다.
올해보다 약간 나아지거나 제자리걸음일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전망이란 게 어느 정도 희망이 섞이게 마련인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먼저 글로벌 경제를 아울러 보자. 세계 경제의 성장률(GDP 기준) 전망치는 3.5%로 수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8%로 비교적 높게 잡았고, 미국 콘퍼런스보드는 3.4%로 봤다. 참고로 올해 세계 경제는 3.3~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중 내년 경제가 가장 좋을 곳으로는 미국이 꼽혔다. 성장률이 올해 2.2% 선에서 내년엔 3%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은 0%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잘해야 1% 선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도 0.8% 정도 성장해 올해(0.9%)보다 침울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7.1%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신흥국 평균 성장률은 5%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뉴노멀과 장기 침체 흐름이 내년에도 세계 경제를 관통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5~3.7%가 대세다. 역시 올해(3.5%)와 거의 같은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중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 개방도를 가진 나라의 면모를 반영한 결과다. 그만큼 세계 경제의 흐름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내년 세계 경제의 최고 이슈는 단연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그 시기와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급격한 이동을 야기해 신흥국 경제를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컸던 변수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건 없다는 쪽으로 전망이 바뀌고 있다. 금리 인상은 늦은 하반기 중에 매우 완만한 속도로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의 발걸음이 무거운데 미국이 나 홀로 달려가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리를 올릴 명분을 약화시킬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가파른 유가 하락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 8월 이후 30%나 떨어졌다. 그 여파로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은 1.4%에 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앞으로 싼 유가 덕분에 물가 상승률이 더 낮아진다면 Fed는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은 현재 미국의 경기 회복을 선도하고 있는 셰일가스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가 하락의 여파로 내년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 투자가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요인이다. 미 셰일가스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WTI 기준) 76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셰일가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을 법도 하다.
다음으로 주목할 이슈는 일본의 2차 소비세 인상이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 데 이어 내년 10월에는 10%로 더 올릴 계획이다.
올해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회복 흐름을 보이던 일본 내수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분기 중 일본의 소매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했다. 다급해진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규모를 연 10조 엔 이상 늘리기로 했고, 그 영향으로 일본 엔화가치는 달러당 115엔까지 추락했다.
내년에 소비세 추가 인상을 강행하면 일본 경제와 엔화 환율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정.관계에서는 2차 소비세 인상을 2017년으로 연기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