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와 금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금융시장이 ‘검은 금요일’을 맞으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초비상 모드에 나섰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맞아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Fed 총재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로벌 자금시장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필요시 기존의 스왑 라인으로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중앙은행과 협력해 글로벌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BOE가 2500억 파운드(약 34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이 달러 공급 확대를 천명한 것은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지 모르는 대량 자금이탈 사태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유로권인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장 초반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SNB는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로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강한 상승 압력에 직면했다”며 개입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권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극심한 엔고를 겪은 일본은 장 중 한 때 달러당 100엔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다른 6개의 중앙은행 간의 통화 스왑 등을 활용하며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라는 금융시장의 초대형 먹구름 속에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에도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달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연내 두 차례로 예상된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차례에 멈추거나 혹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추가완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달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규모와 금리 수준을 동결한 만큼 다음달 28~29일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재융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융자업계 관계자들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주 금요일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졌고 주말이 지나면서도 내림세가 이어지자 주택 재융자 수요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정정보사이트인 뱅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27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이자율이 3.52%로 전주대비 1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1bp=0.01%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이래 최저 수준이며 올해 최저치 3.51%에 비해서는 0.01%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특히 30년 고정 재융자 모기지 이자율의 경우, 전주보다 7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한 3.48%를 기록했다. 반면, 재융자로 인기가 높은 15년 고정 이자율은 지난주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한 것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과 연동되는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28일 현재 수익률은 1.46%로 3개월 전과 비교해 0.5%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융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자율이 매일 변하기 때문에 하루 크게 변동했다고 해서 융자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브렉시트는 워낙 큰 사건이어서 그런지 소비자들이 반응이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이자율이 크게 내리면서 재융자 수요는 꿈틀거리고 있지만 높은 주택가격과 매물 부족으로 주택구입 융자는 큰 차이가 없다.

융자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당분간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주택구입 융자나 재융자를 원한다면 이자율을 고정(locking)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융자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라는 불확실성이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이는 그만큼 변동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기지 이자율도 하루 변동폭이 클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자율이 충분히 낮다고 판단되면 고정시키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진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