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결국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다. 브렉시트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였다. 영국은 지난 23일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 찬반 투표를 실시, 51.9%의 탈퇴 찬성률을 보여 EU 탈퇴가 결정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기정 사실로 되자 전세계 언론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대서특필로 보도하고 있다.

탈퇴 결정 이후 아시아 증시와 유럽 증시 그리고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30원이나 급등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말미암아 대영 수출에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어 득보다는 실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아니 그럼 영국은 왜 국민투표까지 실시하면서 브렉시트를 감행하려고 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일자리 문제다. 영국은 유럽의 미국이라 불릴 정도의 이민자의 나라다. 공공복지제도 및 국가의료제도가 유럽연합 중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지난해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는 1만 명 이상이나 되었다. 여기에 이민이 아닌 단순 일자리만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유입된 인구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인도 최대 철강기업인 타타스틸이 영국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하자 거의 4만여 명의 실업자가 생길 가능성이 대두됐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공세와 세계적인 철강산업의 경기부진에 따른 결과였다.

영국에서의 철강산업은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데 타타스틸에 대한 유럽연합의 구제 지원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40년 전 영국에서는 유럽연합의 전신격인 유럽경제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잔류였다. 하지만 당시 잔류를 선택했던 계층들이 40년 후를 돌아보니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이민자들을 위한 희생의 결과밖에 아니라는 것이 이번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영국의 높은 실업률이 예상되니 중산층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브렉시트의 포인트였다. 결국 주변 국가나 지역의 문제나 상황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고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권리를 위해 정치 경제 전반에 걸친 국가정책을 펴야 한다는 고립주의의 탄생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고립주의란 단어는 최근 미국 언론에서도 곧잘 볼 수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는 영국을 직접 방문 브렉시트의 찬반투표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영국의 탈퇴가 결정되자 이제 곧 고립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언론에 알리기까지 했다.

트럼프 역시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역시 그 이유는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의 고용창출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업비자 및 취업 영주권의 발급을 제한해야 하고 중국산 저가 공산품의 유입을 막아 그로 인한 미국 자국내 제조업의 도산을 막고 경쟁력을 끌어올려 실업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무역 정책에서도 높은 관세 장벽을 주장하며 보호 무역정책을 역설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중국산 공산품들의 미국 수출 길이 막히면 당연히 다른 국가로 판로를 돌릴 것이며 한국과의 가격 경쟁은 불가피되고 한국의 무역적자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브렉시트가 찬성으로 결정이 난 24일 미국에서는 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끝내 무산됐다. 이는 서류미비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더 이상 미국에 체류할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하게 됐으며 나아가서는 합법적인 취업을 막아 삶 자체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브렉시트의 파장은 미국 고립주의 탄생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브렉시트의 다음 타자는 유럽이 아니라 이곳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