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와 여름 휴가 시즌 진입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LA카운티의
초고가 주택 시장만큼은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할리웃 배우들부터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고가 주택 거래에 꾸준히 나서며 초고가 주택 시장은 오히려 활황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4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올 봄 LA카운티에서는 무려 4명 중
1명이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5월, 가격이 100만~500만달러에 거래된 6,618채 중 25.4%가 현금 거래였다.
500만~1,000만달러대의 287채 가운데 현금 거래 비중은 54.3%, 1,000만달러를 초과하는
104채의 고급 주택 중 현금 구매 비중은 56.7%에 달했다. LA의 주택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매물 부족이라는 겹악재 속에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LA 주택의 중간 가격은 118만달러로,
이는 일반 가구 소득(9만1,380달러)의 약 13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많은 중산층 주민들은 주택 구입을 사실상 포기하는 실정이지만, 반대로 2,000만달러
이상의 초고가 주택은 부유층 사이에서 되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고율의 저택세
(Mansion Tax)에도 불구하고 전액 현금으로 초고가 주택을 사들이는 수요층은 누구일까.
LA에서는 500만달러 초과 주택에는 4%, 1,000만달러 초과 시 5.5%의 저택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거래의 중심에는 할리웃웃 셀러브리티,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초부유층 고객을 담당하는 부동산회사 컴퍼스의 중개인 칼 감비노는 “초고급 주택 구매자층은 일반
소비자와 다르다”며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금리나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셀럽 패리스 힐튼과 남편 카터 리움은 배우 마크 월버그의 전 베벌리힐스 저택을
6,310만 달러에 매입했다. 6에이커 부지에 3만 제곱피트가 넘는 이 저택은 전용 스케이트 파크,
5홀 골프 코스, 와인 셀러, 홈시어터, 직원 숙소 등 초호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리얼터닷컴은 “이
사례는 고급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 중 하나일 뿐이며, 역대 최고가 거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달에는 로잔 로드 750번지의 3,200만달러짜리 저택도 거래된 바 있다. 테크 억만장자, 헤지펀드
오너, 금융계 인사, 외국인 투자자도 고가 부동산 거래를 이끄는 주역이다. 감비노는 “구매자들은 금리나
경기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그야말로 다양한 부유층이 LA 고급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 구매자들의 비중은 상당하다. 올 봄 LA 고급 주택 거래 중 15%는 외국인 매수였으며,
리얼터닷컴 수석 경제연구분석가 한나 존스는 “외국 자본의 유입은 주택 구매력 저하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고가 주택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캐나다 국적의
구매자들이 LA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외국인 구매자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총 560억달러어치의 미국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는 “고가 주택 구매자들은 건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즉시 입주하거나 임대·재판매가
가능한 완공된 프리미엄 주택에 기꺼이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박홍용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50804/1575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