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채금리 급등에 美경착륙 우려…연준, 양적긴축 재검토하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의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불안으로 경제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급등에

일조한 양적 긴축(QT)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연준이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는 동시에 양적 긴축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도 이를 재투자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해 보유 자산을 약 9조달러(약 1경2천조원)로 늘렸지만, 지난해 양적 긴축 시작 후 긴축 규모를 매월

950억 달러(약 128조원)로 늘린 상태다. 연준은 매달 보유자산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상환하고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자산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다른 구매자들이

흡수해야 할 시장 내 채권 공급이 늘어나게 돼 금리가 오르는 측면이 있다. 연준은 그동안 양적 긴축 지속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7월 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양적 긴축도 중단할 것이라는 시장 투자자들의 관측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같은 달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유지가 동시에 일어나도 일관성없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가 매우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보는 만큼 금리 인하는 덜

제약적인 수준으로 옮겨가는 것이며, 이는 양적 긴축 지속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양적 긴축 고수 의지가 시장 심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준이 MBS 보유 규모를 줄이면

금리 인상 여파를 줄이려는 시중 대형 은행들도 MBS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일주일 만에 7.31%에서 7.49%로 상승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최근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8778%를 찍었고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는데, 모기지 금리는 그보다 상승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전례를 보면 연준은 통화정책으로

시장이 흔들릴 경우 기존 입장을 수정해 비둘기파(양적 완화 선호)적 모습을 보인 바 있다.

 

2013년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예고에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는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일어나자, 연준이 계획을 물렸다. 2018년 말에는 파월 의장이 당시 시행

중이던 양적 긴축 프로그램이 ‘자동조종 중’이라고 밝혔다가 시장 불안이 고조되자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도 장기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연준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논의

철회이며,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양적 긴축 자제 가능성을 열어놓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고 WSJ은 봤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국채 금리 상승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경제 연착륙 기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3월 지역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은행권 불안이 일어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가계·기업의 대출비용 상승으로 경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파열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스러운 것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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