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내릴 여지가 좁아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란 공격 카드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를 토대로 보면 투자자들이 내년 여름
전까지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 달말에만 해도 올해 두 차례 인하(0.25%포인트씩)에 대거
베팅했는데, 금리인하 자체가 쉽지 않다는 비관론으로 급선회를 한 것이다. 캐나다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선물 시장이
광기에 휩싸인 듯 움직이며 그동안 반영해왔던 수많은 금리 인하 전망치를 통째로
지워버렸다”며 “이번의 기록적 움직임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도 연방기금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베팅을 대거 거둬들이면서
해당 선물들의 가격이 올해 한 차례의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일어난다는 가능성만
간신히 반영하는 상황이 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성향)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낙점했지만, 시장은 수장 교체 변수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안 문제를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 주요 금융사 중 처음으로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종전 6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골드만삭스는 전망을 수정한 배경으로
중동 지역 갈등 고조에 따라 국제 유가가 상승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로이터가 최근 이코노미스트 9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6%(63명)가
연준이 올해 2분기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40%에 조금 못미치는
응답자는 연준이 올해 한 차례만 금리를 인하하거나 아예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할 것으로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74.2%로 반영한 상태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전장보다 9.2% 급등한 배럴당 100.46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이 종가 기준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도 이날 갤런(약 3.8ℓ)당 3.60달러로, 한 달 전보다 22.5% 뛰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국제 유가 영향으로 휘발유·디젤유 등 연료값이 급등하고
있어 상품의 생산·운송 비용이 불어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갈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취임 때부터 지속적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연준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너무 늦은’ 파월 연준 의장은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면 공습한 지 2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종전 조짐은 없다. 이란은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글로벌 원유 운송의 핵심 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유가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https://www.koreatowndaily.com/articles/2026031305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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